▲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요즘 케이블 TV 프로그램 중 하나인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콩콩팥팥’이 농촌 풍경을 잘 묘사해 내고 있다. 초보 농부들의 농사 일지를 담은 예능 다큐멘터리인데 제목이 핵심이다. 초보 농부들이 먹고 뱉은 자리에서 수박꽃이 피자 "말도 안 된다"며 신기해하는 모습도 있다.

그래, 수박씨를 뿌리면 수박이 나는 게 당연하다. 이게 자연의 이치란 생각이 절로 든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는가? 한마디로 농민들의 마음과도 같다. 그래서 농촌은 다른 일처럼 때를 놓칠 수가 없다. 

오늘 할 일을 다음으로 미루면 병충해는 물론 농사 실기 피해로 수확량이 확 줄어들기 마련이다. 특히 겨울 농사가 시작되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급등한 에너지 가격 탓에 힘들게 농사 지어 수익이 남을지 걱정이 앞선다. 

에너지 비용 지원책을 기대하고 있지만 소식이 없어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농촌은 농사용 전기료와 면세류가 절대적이다. 농업용 면세유는 지난해 2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폭으로 치솟은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였으나 최근 이곳의 전쟁 탓에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정부는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농업용 면세유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차액 지원 등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이제 농촌도 현대 농업화와 자동화로 농사용 장비 보급이 됐기에 전문 인력도 크게 보완해야 하는 실정이나 그렇치 못해 안타깝다. 

이처럼 농촌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일손을 구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농촌은 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없어 인력 조달이 쉽지 않다. 때문에 영농철에는 웃돈을 준다고 해도 인력 확보를 제대로 못해 일손 전쟁에서 벗어나지고 못 하고있다. 

때문에 농민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손을 빌려 힘겹게 농사를 짓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사정을 잘 알기에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늘려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마음대로 외국인 근로자 마져 고용하지 못해 수확기에 농산물 출하가 몰리면 작업에 차질이 생겨 납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9 비자)는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업종에 농축산업이 있지만 ‘작물재배업’과 ‘축산업’ 등만 해당되고 있다. 농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일손부족으로 제때 작업을 못해 농산물 상품성이 떨어지고 출하 시기도 놓치어 결국 손해는 농가에 돌아간다. 

정부는 농업분야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이들을 고용해 일을 시킬 수 있도록 길을 터줬으면 한다. 농사용 전기요금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전력공사가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지난해부터 농사용 전기요금도 대폭 올리면서 인상폭탄을 맞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에는 더 오른 전기값을 내야 한다. 그나마 올해 3·4분기에는 농사용 전기요금이 동결돼 다행이지만 한전의 적자폭이 워낙 커 언제든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어 우려스럽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생산비 지출이 늘면서 영농 비용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농민들은 답답할 뿐이다. 

정부는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농업용 면세유와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차액 지원 등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농사용 유류값 못지 않게 농사용 전기요금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생산비 지출이 늘면서 영농비를 줄이려고 농민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우리 농촌은 일상이 된 이상기후, 극심한 인력난, 치솟는 생산비, 창궐하는 질병, 그 와중에 수입 중심 물가정책을 펴온 정부 등 농촌의 현실은 솔직히 '농업은 국가의 미래, 농촌은 국민의 고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꺾일 대로 꺾인 농민들의 사기를 국가가 더 나서서 농업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농촌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중농정책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산업에 비해 홀대받았던 부분을 개선한다면 농민들의 영농 의욕은 되살아나고 자긍심도 자연스레 고취될 것이다.   

올해는 제28회 ‘농업인의 날(11월11일)기념식에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해 농민들을 격려하고 농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등 행사의 의미를 더 했다. 대통령이 ‘농업인의 날’에 참석한 건 2020년 이후 3년 만이여 땅바닥 까지 떨어진 농민들의 사기가 국가가 나서서 농업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