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화 변호사

1. 이혼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 면접교섭

전 배우자 사이에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이혼 절차를 마무리해도 아이가 다 클 때까지 전 배우자와 함께 풀어가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남아있다. 그 중에서 가장 골치 아픈 문제가 바로 면접교섭이다. 양육비는 계좌이체를 통해 상대방의 그림자도 보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여력이 있어야겠지만. 그러나, 면접교섭은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협의든 재판이든 일단 면접교섭 형태가 정해지면, 부모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그 내용에 따라 아이를 면접교섭하게 된다. 보통은 직접 아이를 키우는 부모(양육친이라고 부르며, 그 반대는 비양육친이다.)가 금요일 또는 토요일에 비양육친에게 아이를 인계하고, 아이는 하루 이틀 뒤 일요일에 양육친에게 돌아온다. 따라서, 아이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전 배우자를 매달 수차례 마주칠 수 밖에 없다. 서로가 싫어 갈라섰는데 꼬박꼬박 얼굴을 맞대야 한다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게다가 아이와 비양육친 사이 갈등이 생기거나, 양육친이 아이와 함께 먼 지역으로 이사라도 가는 날에는 매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비양육친을 만나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기도 어려운 노릇일테고, 편도로만 3-4시간씩 걸리는 거리를 매번 왕복하기도 곤란하니 말이다.

2. 면접교섭권 : 자녀의 권리

면접교섭권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0년이 되어서야 민법에 명문으로 등장하였다. 당시 면접교섭권 조항은 이러하였다

제837조의2(면접교섭권) ①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중 일방은 면접교섭권을 가진다.

그렇다. 처음 면접교섭권이 우리 법에 도입되었을 때에는, 해당 권리는 ‘비양육친이 양육친에게 갖는’ 권리였고 어디에서도 자녀에 대한 이야기는 살펴볼 수 없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2016년이 되어서야 해당 조문은 다음과 같이 개정되었다.

제837조의2(면접교섭권) ① 자(子)를 직접 양육하지 아니하는 부모의 일방과 자(子)는 상호 면접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드디어, 자녀도 면접교섭을 자신의 권리로 주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은 적어도 학계에서 면접교섭권의 본질이 자녀 복리에 있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3. 그러나, 실제로 면접교섭 제한･박탈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이가 면접교섭을 원하지 않을 때, 무작정 전 배우자를 상대로 면접교섭 제한 청구 등을 시도해야 할까? 당연히 대답은 아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❶ 단순히 아이가 싫다고 하고 하여, 곧바로 부모가 아이를 못보게 하는 행위가 아이의 복리에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고(우리의 청소년기 때를 생각해보자. 다들 한번쯤은 부모님이 보기 싫은 순간을 겪었을테니), ❷ 아이가 어려 아직 의사능력이 완전하지 않을 때, 양육친이 이를 이용할 우려가 있다는 등이 주 이유이다.

법원도 이 같은 이유로 비양육친의 면접교섭권을 제한･박탈하는 데에 극히 소극적이다. 심지어 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된 미성년자가 완강하게 비양육친을 만나기 싫다고 하여도, 부모의 면접교섭을 제한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비양육친이 아이에게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게다가 면접교섭권이 자의 권리로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법조인도 상당히 많다.(솔직히, 나도 관련 사건으로 공부하며 알게 되었지, 아니면 평생 몰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민법은 면접교섭권을 자녀의 권리로도 정해두었다고 하자, 어떤 변호사님께서는 “면접교섭권은 천부적인 부모의 권리인데 말이 안 된다”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4. 자녀가 비양육친을 만나기 싫어할 때는 기록을 남겨둘 것!

따라서, 아이가 비양육친을 보기 싫어한다고 하여, 곧바로 법원에 달려가 면접교섭을 막아달라고 하는 방법은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어차피 사실상 인용될리 만무한 소송에 시간과 열정을 쏟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이때에는 비양육친을 상대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추후에 비양육친이 제기할 법적 쟁송을 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면접교섭을 보장받지 못한 비양육친은 보통 양육친에게 ‘유아인도’ 또는 ‘이행명령’ 등의 방법을 통해, 아이를 보여달라는 청구를 한다. 이때 양육친은 아이를 보여주지 않는 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원치 않는 면접교섭을 하게 될 테니까. 그런데, 면접교섭은 아이를 위한 제도기 때문에 ‘아이가 원치 않는다’는 사실은 면접교섭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 중 가장 강력한 것이 된다. 따라서, 아이가 비양육친을 만나기 싫어하는 때에는, 적절한 방법을 통해 해당 사실을 기록해두어 이후 제기될 소송을 준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