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돌이켜 보면 4년 넘게 이어진 논란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2018년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연달아 오르며 신기원을 이뤘다. 이 와중에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축구·야구 등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들은 예술·체육요원 자격을 얻어 병역을 면제받은 게 발단이 됐다. 

때문에 병역법상 특례 명분이 '국위선양'이니 BTS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와 정치권도 여론의 눈치에 오락가락하며 논란을 키웠다. 하지만 2019년 11월 정부는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대중문화예술인은 병역특례 대상에 넣지 않기로 방침을 굳쳤다. 

그래 놓고 정치권은 정부 결정을 뒤집는 병역법 개정(안) 추진에 군불을 땠고 정부도 문체부를 중심으로 딴소리를 냈다. 병역 이행은 헌법상 국민의 의무이자 민감한 공정성·형평성이다. '콩쿠르 입상자는 병역특례 대상에 넣고 빌보드 1위는 안 되느냐'는 주장에 형평성 시비는 일리가 없진 않다. 

BTS의 면제 제외 결정을 계기로 병역 특례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재론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BTS는 15일 오후 6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진행된 그룹 BTS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를 마지막을 세계인들에게 알리며 성황리에 공연을 끝냈다.

공연 후 BTS 멤버 가운데 맏형격인 진(김석진)부터 각자 순서대로 군에 입대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소속사인 빅히트뮤직은 "진(30·본명 김석진)이 이달 말 입영 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이후 병무청의 입영 절차에 따를 예정"이고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계획에 따라 병역을 이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TS 모두는 스스로 ‘만 30살까지 입영 연기’를 철회하고 병역특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절정의 시기에 그룹 차원의 활동은 군 복무가 끝날 때까지 할 수 없게 돼 아쉬움을 줬다. 하지만 그들의 당당한 결정에 팬들은 존중했다. 

이들은 누차 군 입대를 약속해왔음에도 세계적 인기 그룹인 BTS가 병역 이행 문제로 “한국이 분열됐다”고 할 정도로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BTS의 입대 소식은 세계 유수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가뜩이나 북한발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세계적 슈퍼스타의 결단이 주는 울림이 적지 않았다. 오랜 논쟁 끝에 BTS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겠다고 하자 전 세계 주요 외신들은 긴급 속보로 이 소식이 타전됐다. 

손흥민 같은 스포츠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국격을 높였으니 병역 특례를 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메달의 색깔이나 국가 순위 같은 객관적 지표가 없는 상업적 음악활동까지 동등한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급기야 BTS는 스스로 군 입대 결정을 내린 것이다. BTS의 입영 문제는 당사자들이 매듭을 지었지만, 병역 특례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제도 자체가 낡아 지금의 제반 여건에 맞지 않는다. 

오랜 기간 병역 특례는 이런저런 명분으로 확대되어온 반면 병역 자원은 인구 감소의 영향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이나 클래식 콩쿠르 입상자는 되고 빌보드 1위는 상업활동이라 안 된다는 과거의 특례 기준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고 설득력을 갖기도 어렵다. 

입영 대상층에선 특례 자체를 공정성 훼손으로 보는 시각도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 BTS의 입대 여부와 별개로 특례제도의 존폐 여부까지 포함해 차제에 논의를 본격화할 필요가 있다.
BTS 멤버들이 차례로 병역을 마칠 때까지 최소 2년은 이들의 안팎 공백기가 불가피해 졌다. 

대중음악인 이상으로 믿고 지지해온 팬들의 마음 또한 허전하고 안타까울 것이 뻔하다. 병역을 건강히 마치고 다시 7인의 완전체로 팬들 앞에 설 BTS의 성숙한 모습을 함께 기대한다. BTS가 국위 선양을 통해 국가 이미지 개선에 얼마나 기여했으며, 얼마나 큰 경제 효과를 창출했는지는 다 알고 있는 사항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만이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백년대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은 한국이 BTS의 군 입대로 연간 5조원을 벌 기회를 날렸다는 보도는 깊히 생각해 볼 일이다.  

이제 BTS가 군대에 가기로 했으니 병역법 개정 논의도 끝내버리면 될까? 제2, 제3의 BTS가 나올 때마다 이들을 병역특례를 앞세워 볼모로 삼을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국회에서 주어진 입법 과제가 충실히 풀어졌으면 한다.

우수인재가 군 복무기간에도 전문분야의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이스라엘의 군 복무시스템(탈피오트)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길이 트였으면 한다. 그런 문제와 별개로 방탄소년단은 입대 결정을 통해서 더 큰 국민들의 사랑을 얻을 것이 분명하다.

유명스타가 군대에 다녀오면 대중의 호감이 더 커질 것이다. 이미 국민그룹이었지만 더더욱 확고한 국민그룹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