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명섭 충남일보 주필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18년째 동결된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바 있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 중단 사태로 불거진 필수의료 공백을 메우려면 의사 증원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건 통계 2022’를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천명당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수는 2.5명으로 멕시코(2.4명)에 이어 두번째로 적은 나라로 알려졌다. OECD 평균(3.7명)과 비교해도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만성적인 의사 부족 국가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빨라져 향후 의료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때문에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의사 증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암담하다. 대다수의 상위권 대학에도 의학계를 제외한 학과 합격생들이 미등록 및 자퇴를 선택하는 쪽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의과대학도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의 전문의 지원 미달도 의학계 및 국가 의료 시스템에 차질을 빗고 있다.

현재는 물론, 장기적 측면에서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어 불안스럽다. 점차 흉부외과, 신경외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등 비인기 분야로 전락되는 쪽에 의대생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때는 성형외과를 선호하던 전공 분야도, 현재는 피부과, 재활의학과로 선호도가 쏠리고 있다. 일부 전문 분야의 의사 부족은 돈이 안 되면서 힘들고 의료 소송의 위험성이 높은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 의료 분야는 물론이고 의료 취약지역으로 가면 의사난이 더욱 심각하다. 

이는 의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해소될 수는 없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 의료를 고사시키는 비정상적 의료수가 체계를 바로잡고, 도농 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대책도 병행돼야 한다. 때문에 의학계를 흔들고 있는 의사들의 선호 전공 분야의 선택이 바뀌는 것은 복합적인 상황에 얽혀 있다. 

의사도 사람이기에 생계 문제인 즉 수입, 직업의 안정성, 사회적 지위, 근무 환경 등 복합적으로 고려되는 인생을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싸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 선진국 이지만 의과대학의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천58명으로 묶여 있다. 

의대정원 확대 추진은 만시지탄이여 의료계도 더 이상 논의를 미룰 명분이 없다.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오는 2035년에는 의사 수가 의료 수요에 비해 2만7232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전망도 분석된바 있다.

교육부가 최근 복지부가 의대 정원을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의사 공급 부족과 진료과목·지역 간 쏠림 현상까지 겹치면서 의료 공백 사태는 불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수도권 몇몇 대학병원 응은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의 주말 응급진료가 중단되는 초유의 일도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교육제도는 점수를 통해 줄을 세워 높은 점수 순위에 따라 원하는 학교와 학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의료계의 경우 의대, 치대, 한의대 진학을 위해 12년을 준비한다. 

그리고 의대 진학 후에도 다시 성적순으로 지원하여 합격할 수 있는 전공으로 분야가 달라진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로 인해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줄고 동시에 젊은 부부들은 아이를 갖지 않는 추세도 영향을 크게 받고있다. 

이런 악순환이 연쇄적으로 수 년째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제도적 문제는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사회적 인식 전환 및 국민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복지와 지원 확대, 교육 제도 개선 및 국가 차원의 비선호과 지원 해결에 고민해야 일이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비선호 학과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지원을 보장해 주고 전문의 양성을 해내지 않는다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전국 수련병원의 올해 전반기 전공의 모집에서도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율이 겨우 16.4%에 그쳤다. 

수익이 높은 전공쪽 으로 쏠림 현상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인상, 진료과목별 정원 조정, 일정기간 지방근무 의무화와 공공의대 설립 등 여러 보완책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지역의 공공병원들은 전문의사가 없어 필수 진료과가 문을 닫는 일이 흔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에 지역의 필수의료 분야에 근무하는 ‘지역의사’ 3천명을 포함해 10년간 모두 4천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나서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정책 추진을 미루었다. 

정부도 의사 증원뿐 아니라, 꼭 필요한 곳에 의사가 배치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고의 의사를 양성하는 것을 의학교육의 기본 과제로 공부하시기를 간절히 권고 한다.